사람이 살다가 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19년 7월 1일 힘차게 사업을 시작하리라 다짐하고 영감컴퍼니를 오픈한 첫 날 이삿짐을 옮기고 사무실 정리를 마쳤다. 2019년 7월 2일 출근길, 아버지남짓 동료에게 전화를 받았다. 순호야 큰일났다. 너희 아버지가 쓰러졌다.
chapter #1. 너희 아버지가 쓰러졌다.
네???!!! 저절로 큰 소리가 나왔다. 조근조근 아버지 동료의 설명을 듣고 집에서 어머니를 태워 신촌으로 향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가 쓰러지셨고 신촌 세브란스로 빨리 가보라는 아버지의 동료의 이야기였다. 인천에서 신촌까지 1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응급실에 황급히 들어가 아버지를 찾아본다. 미군부대에서 응급실로 들어와서 그런지 의료진은 저 분이 한국분이냐고 먼저 물었다. 아버지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침대에 누워 입에는 호수를 박은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버지가 누워있고 "아버지" 하고 불러도 일어나지 않는 모습은 그 순간이 처음이었다. 응급실 의사에게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듣고 심장혈관병동으로 이송할테니 같이 이동을 하라고 했다. 세브란스 병원을 돌고 돌아서 심장혈관병동으로 아버지는 옮겨졌고 검사가 진행됐다. 숨은 강제로 입의 호수로 쉬게 조치되었으며 이동중 간호사는 계속 아버지의 입에 펌프질을 해대고 있었다.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장내과에서 담당 의료진이 결정됐고 바로 혈관사진 등을 찍으며 원인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문득 형이 생각났다. 형에게 아버지의 소식을 알리려 전화를 걸었다. 형의 목소리를 듣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형에게 전화가 왔고 마음을 가다듬고 형에게 오롯이 소식을 전했다. 아버지가 쓰러졌다고.
chapter #2. 냉동인간이 된 아버지
아버지의 심장사진을 보여주면서 의사가 말했다.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관이 너무 좁아져 있다고 말이다. 현재는 약을 투여해서 혈관은 넓어졌고 따로 수술을 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의식이었다. 현재로써는 심장은 문제가 없을 수도 있으나 의식이 돌아 올 지는 미지수라고 말이다. 청천벽력이 바로 앞에 떨어졌다. 아버지와 어제 밤에도 통화했는데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채로 살아갈 수도 있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의사선생님은 다시 시술실로 들어갔고 아버지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수 많은 혈관에 알지 못하는 약들이 투여되고 있었고 담당의료진이 우리에게 동의서를 받으러 왔다. 바로 저온치료라는 것을 시행하려 하는데 보험적용은 안되지만 이 치료법을 시행하는 것이 아버지가 좋아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보험진료가 아니라 돈은 많이 들지만 의식이 돌아오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하니 안 할 수가 없었다. 몸의 체온을 내려 뇌와 각종 장기의 활동을 최소화하여 신체의 데미지를 최소화한다는 원리였다.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었다. 저온치료에 동의한다는 싸인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아버지는 체온이 내려간 상태로 48시간을 주무시게 되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냉동인간이 되어 꼬박 이틀을 보내게 되었다. 37.5도의 아버지를 만나오다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 아버지를 만났을 때 그 느낌은 너무나 말로 형용 할 수가 없었다. 회복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눈물을 꾹 참고 다시 의식이 회복되어 상온인간이 되어 돌아 올 아버지를 기대하며 중환자실을 빠져나왔다.
chapter #3. 여기가 어디냐?
오늘이 중환자실에서의 4일째이다. 서서히 어제 오후부터 수면제를 줄이고 약을 줄여나가고 있다. 비로소 오늘 오전에는 짧게나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저녁즈음에는 반복해서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아버지이다. 그도 그럴것이 4일 전 쓰러지고 나서 처음 눈을 떠보니 낯선 병원이지 않겠는가. 몸에는 수많은 바늘들이 꽂혀있었으니 말이다. 차근차근 아버지에게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아버지는 믿기지 않으셨는지 계속해서 여기가 어디냐고 되물으셨다. 아직은 약 기운이 남아있어 비몽사몽한 상태라 자꾸만 확인하는듯해 보였다. 기억을 더듬으려는 아버지의 노력이다. 그 노력에 힘 입어 조카의 그림이야기를 해주었다. 조카는 할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할아버지의 쾌차 염원을 담아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을 자기네 집 벽에 붙여 두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전하는 순간 아버지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음을 인지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이 그림이다.
이렇게 4일 만에 아버지의 의식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심정지 기간 뇌의 손상이 없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오늘 뇌의 MRI를 촬영했다. 다음주에 결과가 나온다. 어려운 일을 겪고보니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보인다. 책으로 대신하는 경험은 머리로 알게 되었으며 직접 겪은 경험들은 피부로 와닿았다. 아버지의 빠른 쾌유를 빌면서 글을 마치려 한다.
언제나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며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잘잤다, 라고 외치며 두 팔 벌려
조카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둘째 아들이 아버지 곁에 항상 있습니다.
그래서 결혼도 안했잖아요.
꼬박꼬박 틈만나면 화이팅 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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