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청전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경언형수가 다급한 목소리로 와이프에게 전화를 했다. 경언오빠가 죽었다고, 와이프는 놀라서 나에게 전화를 했다. 경언오빠가 죽은 것 같다고 전해줬다. 그렇게 오늘 운구를 하고 발인까지 하니 실감이 난다. 형이 죽었구나.
1. 추억이 되어버린 순간들
경언이형을 처음 만난 건 직장인 밴드를 통해서였다. 아마도 2017년즈음이었나보다. 회사생활에 너무 올인한 내게 보상을 주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밴드를 찾아 헤매이다가 해기라는 밴드에 가입하게 되었다. 우리는 자작곡을 플레이하는 밴드였고 매주 일요일 합주후에는 삶을 달래는 알코홀을 들이켰다. 음악과 술이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밴드가 되어가고 있었다.
동두천 락페스티벌 직장인밴드로 지원하기도 했었고 뮤즈라는 펍에서 공연도하고 쥐똥나무라는 펍에서 공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은 2-3년이 흐르고 각자의 사정으로 밴드는 해체되었다. 그리고 계속 경언이형과는 연을 이어갔다. 창업을 시작하면서 제물포에 사무실을 얻게 되었고 매일 매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을 계속 쌓아 나갔고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술 한잔 더 먹을 수 있을까 같은 마음으로 고민했고 음악을 좋아하는지라 엘피바에도 자주 다녔던 것 같다.
세월이 살같이 흘러 연을 쌓은지도 10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제물포에서 정말 다양한 모먼트를 공유하게 되었고 남덕이형을 알게되어 더욱더 소소하고 재미있는 시간들을 함께 했던 것 같다. 언제나 우리의 모임에는 술이 함께했고 그렇게 살아가는 이야기, 삶의 고민들,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서로의 관점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마음을 걱정하는 사이가 되어갔다.
2. 그 시절에는 함께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우리는 1년이 넘는 기간동안 한 건물에서 일을 했다. 나는 5층에서 광고회사를 시작했고, 경언형은 1층에서 방재실에서 굳건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에게 퇴근시간은 바로 우리가 식사를 함께 하면서 이야기를 실컷 나눌 수 있는 행복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게 우리는 서로의 여가시간들을 서로에게 할애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시간들이 그립기에 제물포에 자주 찾아오게되는 것 같다.
사람이 참 착해서 마음 씀씀이나 섬세하게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도 경언형의 아주 큰 장점이었다. 후배들은 형의 말을 잘 들었고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람을 끌어 당기는 매력이 충분히 있고 외모적인 측면도 어디가서 제 나이로 안보이는 미남형스타일이었다. 항상 잘 생긴측에 낄 수 있는 그런 외모의 소유자였다. 말이 느린 내가 말을 거의 다 들어주려고 노력한 참 보기드문 사람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3. 우리 부부의 연을 이어준 사람
이 형이 가장 생각나는 부분은 우리 부부의 연을 단단하게 이어준 사람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아이도 낳아서 잘 살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 현재 아내와 썸을 타고 싶어 난리가 난 상황에서 형수가 일본사람이기에 일본어로 대화할 수 있으니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자리가 연이 되어 나는 성공적으로 썸을 탈 수 있었고, 그리고 결혼, 출산까지 한방에 달려왔다.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고마운 마음이 크고 동생 좋은사람 만나서 잘 되라고 응원해 준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커플끼리도 만날 수 있는 사이로 발전했다. 형수님의 한국어가 길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함께 부부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세월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추억도 그렇게 많이 쌓여가고 있었다. 서로의 생일파티나 크리스마스파티 등 즐거울 타이밍이 온다면 놓치지 않고 함께 지내왔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루이가 태어나고 우리는 귀염둥이 루이와도 행복한 시간들을 공유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참 좋은 시간들을 많이 쌓아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집을 오가며 서로의 정을 쌓아온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오늘 경언형을 보내고 돌아와 마음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그렇게 이 글을 시작으로 마음도 좀 추스려 보려고한다.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을테지만 말이다. 너무도 소리내어 펑펑 울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4.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모습
이제 경언형을 마주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같이 난장을 갈 수 없다고 하니 실감이 난다. 어쩜 그리 빨리도 생을 마감하게 된 건지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형을 보내면서 엉뚱하게도 형이 좋아하던 술을 내가 엄청 마셔대며 위로하고 있다. 영면소식을 접한지 3일차, 오늘은 인천가족공원에 가서 경언이 형을 화염속에 완전히 보내고 왔다. 운구를 하며 관속에 있는 형을 생각하니 순간 또 울컥했다. 그렇게 화장터로 들어갔고 형은 화염속으로 뛰어들었다.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형을 보내야만 했다. 잔잔하게 웃으며 미소를 띄우는 그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고, 노래를 부르다 목소리가 꺾이는 이름바 삑사리 소리도 듣지 못한다. 이제는 진짜로 형을 보내줘야하는 시기가 왔다. 너무나 아쉽고 보고 싶다.
요즘 자주듣는 음악으로 이 순간을 달래본다.
밤 하늘의 별이 된 경언이형을 달래며, 글을 마치고 싶다.
오늘도 형을 위해 한잔.
https://youtu.be/9XFGRri2ivs?si=BO8GUxvT0Bd5ZQ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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